에라타(Errata) - Star vicino, 작곡가는 Salvator Rosa가 아니다. 음악이야기


대략 10년쯤 전에 후배들 실기시험 대기실에 구경을 갔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대기실에는 학생과 조교가 시험 곡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벽에 당일 시험 순서와 각 사람이 부를 곡의 제목과 작곡가명이 적혀 있었는데 한 학생이 자신이 부를 곡의 작곡가명을 N.W.Composer라고 써 둔 것이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것은 악보를 Noteworthy composer라는 프로그램으로 편집해서 출력할 경우 상단에 프로그램 이름이 적혀 나온 걸 가지고 작곡가 이름에 기입한 짓이며 그 정도로 아무 생각 없이 곡을 준비했다는 말이다. 이것은 비단 학생 개인의 문제인 것이 아니다. 잘 모른다면 그냥 믿을 수 밖에 없는 출판사의 판본부터가 잘못된 경우도 많다.
"Star vicino"는 음대에 입학한 성악과 1학년들이 자주 접하게 되는 노래 중 하나다. 거의 모든 한국의 음대생들이 쓰고 있는 세광음악출판사의 이탈리아 가곡 150곡집은 이 곡을 살바토르 로자(1615-1673)의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살바토르 로자는 바로크 시대 매우 유명한 미술가 중 하나였는데, 사후 그의 자필 서적들을 영국인 음악학자인 찰스 버니 박사가 구매한 후 거기 적힌 모든 것들이 로자의 것인 줄로 착각했고, 이 사람이 음악사 책을 집필하면서 약 160년동안 이 곡을 포함한 수십 곡이 살바토르 로자의 작품으로 소개되었다. 권위자의 설명이었기에 학자들은 물론 프란츠 리스트도 로자 작품으로 알려진 "Vado ben spesso"에 기초한 "Canzonetta di Salvator Rosa"라는 곡을 쓰기도 했다(이 곡은 현재 보노치니의 것으로 밝혀졌다).
시간이 지나 1949년영국의 음악학자 Frank Walker는 살바토르 로자의 책 중 단 한 곡도 그가 작곡한 일이 없음을 밝혀냈고 현재 이 곡은 출판 시 작자 미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세광음악출판사의 이탈리아 가곡 150곡집은 1977년에 초판이 인쇄되었다. 최근 증쇄판을 미국에서 확인할 길이 없어 요즘 나오는 가곡집이 수정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국이 최신 정보에 어두워서 발견된지 28년이 지난 사실을 수정 못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바뀌었길 바란다.
또 하나는 태림출판사의 슈베르트 가곡집이다. 이것은 전에도 말한 바 있는데, 일본 음악춘추사의 악보를 다시 번역하다보니 백조의 노래(Schwanengesang)작품 해설란에 적힌 작사자 중 한명인 자이들(Johann Gabriel Seidl)의 이름을 독일어 원어를 보고 쓰는 대신 일본판의 ザイドル라는 단어만 보고 "자이도르"라고 써 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2년전에 교보문고에 꽂힌 판본에서도 수정이 가해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으므로 아마 지금도 고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 찾아내지 못한 수많은 오류가 학생들이 처음 접하게 될 악보에 수도 없이 산재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누군가가 따로 시간과 돈을 써 가면서 나서지 않으면 이런 부분들은 전혀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음악시장이 작은 마당에 극소수의 사람들이 사서 보는 바로크/고전/낭만시대 악보를 수정하는데 인건비를 투자하겠는가. 결국 못참는 사람이 나서는 수 밖에. 어...그럼 내가 해야 하는구나. 먹고 살 길을 확보하는 동시에 오지랖 펼칠 궁리를 해야겠다.

덧글

  • 발라 2017/09/21 19:31 # 답글

    그 유명한 Various Artists...
  • SBROBO 2017/09/23 02:11 #

    네 그렇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많은 음원들에 붙어있다는 그 Various Artists하고 비슷하게 볼 수 있죠. 여기서는 작곡가 한 명을 모르는 상황이라 Anonymous 라고 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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