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ov&Austro : Triangular contest 002

계속되는 R&A 외전 2편.

두 사람은 부리나케 탑 밖으로 뛰쳐 나왔다. 총국의 담 위로 태양이 늘어지게 긴 햇살을 뿌리며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달은 벌써 이만큼 떠올라 하늘에 어슴푸레하게 그 빛을 드리웠다. 로베르트는 샤우트(Shout) 마법을 캐스팅했다. 곧 온 하늘에 로베르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국장입니다. 총국의 가능한 모든 인원은 지금부터 달이 질 때까지 천체의 움직임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상황에 경계를 강화하기 바랍니다. 특히 달의 움직임에 주의하고 필요한 경우 총국 내에서 폭력적인 마법의 행사도 허가합니다. 현 상황은 제1종 2급상황에 해당합니다.]

제1종 2급상황은 태풍과 홍수와 같은 수준의 자연재해나 그에 준하는 위급상황을 뜻한다. 설립된지 갓 한해가 막 지난 총국은 그야말로 역사상 최대의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로아 부국장이 보고를 하기 위해 달려왔다. 고령의 마법사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원 중 천리안을 지닌 자의 말에 따르면 달 옆에서 까만 물체가 이쪽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합니다. 지금은 달빛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속도로 봐서 대략 20분 정도가 지나면 모두가 볼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두 회장님께 연락을 드리세요. 전하께도, 그리고 바람에 탑에도 연락은 해야겠지만…일단 더 지켜본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

로베르트는 속이 꽉 막히는 것을 느꼈다. 50년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건과 모험을 겪었지만 언제나 영광의 중심에는 그가 있었고 모든 상황을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끌어갈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분석이 불가능한 무언가가 내려오는 상황에서는 무엇 하나 자신있게 이끌어 나갈 자신이 없었다.

"나 몰래 뭐 먹고 체한 얼굴이군. 슬슬 봐라. 해가 지니까 하늘에서 조커가 내려오나보다."

오스트로가 툭 치며 내뱉은 말에 로베르트는 흠칫 놀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름달을 반쯤 가릴정도로 거대한 기둥 비슷한 물건이 하늘을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이 각도로 내려오면 검은 탑이 가루가 되겠는데?"

벌써 기둥은 하늘의 대부분을 가리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검은 탑을 덮쳐들었다. 넋이 나간 로베르트를 대신해 오스트로가 외쳤다.

[검은 탑 소속 미친놈 여러분! 우리집 다 부서집니다! 저거 내려오는 방향을 틀든지 막든지 알아서들 하시오!]

그의 말에 국원들 사이에서도 유별나게 눈에 띌 정도로 기괴한 모습을 한 마법사들의 무리가 황급히 자기 나름대로의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순간, 총국에서도 가장 유별난 자들의 마법이 하늘에 꽃피기 시작했다.

온갖 색깔의 침대와 이불보가 흩날리며 가시덩굴과 얽히고 거대한 원반들이 날아가 기둥에 박혔다. 탑보다 거대한 미끄럼틀을 탑 옆에 소환한 자가 있는가 하면 기둥에 수천개에 날개를 달아 속도를 늦추려 한 자도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은 아예 기둥을 부숴버릴 심산으로 온갖 공격마법을 쏟아부었고, 그 때문에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검은탑의 모든 창문에서 바닷물이 콸콸 쏟아져나와 땅을 진창과 물고기 범벅으로 만든 때 쯤, 검은 기둥은 미끄럼틀과 충돌했다. 금속이 휘는 소리를 내며 미끄럼틀이 한쪽으로 기울자 기둥은 성채가 붕괴하는 듯한 굉음을 내며 진창 속으로 쳐박히고 말았다.

"해냈다!"

"우아아아아!"

4천명에 달하는 마법총국의 국원들은 처음으로 맞은 위기를 무사히 이겨낸 기쁨에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즐거워했다. 다만 국장을 비롯한 몇몇은 그저 즐거워 할 수만은 없었다. 로베르트는 탑보다도 큰 거대한 기둥을 보며 짧게 중얼거렸다.

"지금 내려온게 셋 중 과연 뭘까?"

by 서방로보 | 2009/10/05 12:00 | Writ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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