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세계 전생 클리셰 비틀기 쓴 것

요즘 판타지 세상에 자꾸 전생한 현대인들 이야기가 소설과 만화로 쏟아져나오고 있는 탓에 클리셰를 비틀어보고 싶었습니다.

판타지 세계이긴 하지만 전생자가 유일무이하지 않고 한 나라 인구의 반이 전생자라면? 이라는 가정.


나는 내가 굉장히 특별한 존재인 줄로만 알았다.

15살 생일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머리칼이 밝은 갈색으로 변했고 불현듯 내가 알리 없는 기억이 밀려들어왔다. 전생의 기억인걸까? 단편적이긴 하지만 기억의 파편들은 하나 하나 또렷했다. 어엿한 성인으로 살았던 기억이 15세의 몸에 융합되니 자연스럽게 몸가짐도 변해갔다. 이건 기회가 아닌가? 전생의 삶의 지식과 기술이 있다면 금방 한 몫을 하는 사람이 되어 독립할 수도 있을 것이고, 더군다나 전생의 삶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던 것 같으니 이쪽 세상에 없는 지식을 사용하면 떵떵거리면서 살 수도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이런 생각은 처참하게 박살나고 말았다. 보름 정도가 지나자 시골 마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말끔한 옷을 입은 무리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내게 물었다.



“꽤 일찍 발현한 것 같네. 몇 가지 조사를 해야 하니 협력해주렴. 전생의 기억 속에서 사용했던 언어나 글자를 우리에게 알려주겠니?”



어…? 질문 내용이 당황스러웠지만 내 속알맹이에 들어있는 성인의 마음가짐이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기억 속에서 사용하던 언어로 몇 마디 문장을 말하고 글자를 몇 개 보여주었다.

“아하, 또 중국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내용과 그게 무슨 해였는지 기억하고 있어?”

“강도를 만나 죽는 장면입니다. 아마 그때가...숭녕(崇寧) 2년이었을겁니다.”

연호를 듣고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리자 맨 뒤에 서 있던 깡마른 남자가 입을 열었다.

“서기 1103년입니다. 송나라에서 사용하던 연호입니다.”

“이젠 아주 외웠구만.”

그들은 해질녘이 다 되도록 나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질문 중에는 의도조차 알 수 없거나 아예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대한 질문도 많았던 탓에 몇 시간동안 이어진 조사는 나를 완전히 지치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정리는 끝난 것 같네. 이봐 소년?”

“예? 아…네.”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걸 축하한다. 우리 레아보리아가 아무런 지하자원도 없고 땅은 비좁은데도 지금까지 독립국의 지위를 가질 수 있었던 건 국민의 5할이 전생자이기 때문이지. 다른 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다른 세계의 기술과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꿀리지 않고 싸울 수 있는거야. 전생자들은 다양한 시간대에서 넘어오다 보니 가급적 늦은 시대에서 오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네가 말한 시대, 네가 살던 나라에서는 다른 역법을 썼겠지만 12세기에서 넘어온 사람 중에 중국인이 워낙 많다보니 벌써 진술기록을 모아 당시 중국의 역사서를 쓸 수 있을 정도란다. 혹시 전생에서 특별한 기술을 익힌 건 없니?”

충격적인 말이다. 전생이라는 게 나만 한 게 아니었다구? 그럼 내 또래 중에도 나처럼 애늙은이 같이 구는 녀석들은 전부…그렇구나. 제기랄.

“…상인이었습니다.셈은 잘 합니다. 산통부터 만들어야겠군요.”

“산통? 아, 주판이 아직 안 쓰였었던가. 기술자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계산 잘 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필요하니. 여기 인증서를 받도록 해. 네가 전생의 기억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거니까 앞으로 먹고 사는 데 꽤 도움이 될 거다.”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특별한 기억이 떠오르거나 굉장히 유명한 사람을 만난 기억이 나거든 왕립학술원으로 편지를 보내도록. 그럼 이만.”

그들은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어머니의 말을 공손히 사양하고 홀연히 떠나갔다.

손님들을 위해 광에서 가져온 의자는 한켠에 치우고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조촐하게 저녁을 먹었다. 밥을 먹는 도중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아니지만 어머니도 전생의 기억이 있다는 것이다. 학술원 사람이 말한 바와 같이 전생의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뒤죽박죽이 되어 넘어오는지 어머니는 나보다 300년쯤 뒤에 지중해의 해안가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지중해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라의 절반이 나처럼 기억을 가지고 있단 말이지. 나만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는 자부심은 다 무너지고 말았지만 나라 규모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니. 학술원에서는 그럼 수많은 시대와 지역에서 온 지식을 오늘처럼 긁어모으고 있단 말이야? 이거 장사가 아니라 공부를 더 해서 왕립학술원에 들어갈 방법을 찾아야겠어.


이후로도 과학자나 기술자보다 일반인들이 많이 넘어와서 영양가 없는 자료만 넘쳐나는 일이 오랫동안 지속되지만 어찌어찌 200년 정도 어중이떠중이들의 지식을 모은 끝에 개발한 군사기술을 바탕으로 옆 나라에 쳐들어갔다가 마법에 떡발리고 영세중립국 간판을 내걸게 되었다는 이야기.

6년만에 돌아온 애니 OST 순간퀴즈 2편 미분류

6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드디어 속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전편보다는 여유있게 약 20초씩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만든 요리들 업데이트 먹은 이야기

인스타에만 올릴 필요가 있나 싶어서 정리해봤습니다.

1. 김치볶음밥을 잘 못 만들어서 대신 만든 김치볶음덮밥
2. 헬테이커 깨고 나서 만든 날레쉬니크 팬케이크
3. 큰맘먹고 소갈비찜
4. 삘받아서 동그랑땡

5. 사태 대신 안창살로 만든 쇠고기배추국

6. 감자를 숭덩숭덩 썰고 스테이크용 고기를 넣은 카레.
7. 표고버섯을 넣은 연어장.
8. 마지막으로 오늘 저녁밥. 나가하마식 고등어소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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