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김주련 읽은 것

이런 빌어먹을
새벽부터 가늘게 뜬 눈으로
고운 햇살을 빌어오고
어제는 밤늦도록 톡톡
머리맡에 떨어지는 위로를
다 받아 발끝까지 데웠지

한때는 큰맘 먹고
빌어먹지 않겠다고
이 악물고 뛰었고
이러저리 힘차게 펄럭이다가
손에 쥔 것은 지나가는 바람뿐

빌어먹을 년
엄마의 엄마가 말했지
평생 벌어먹는 엄마의 발꿈치는 돌이 되고
숨죽은 버선코는 날마다 꿀럭꿀럭
네까짓 것이 무슨 일을 하겠니
한껏 빌어먹는 것이 소명이지

빌어먹는 년
욕을 넘어선 축복
빌어먹는 이야기
하늘 향해 빈손 드는
대책 없는 사람 되라는
할머니 예언자의 백번 들어도 좋은 욕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 이윤설 읽은 것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러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려 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꺼내놓고 보니, 내가 삼킨 새들이 지은

​전생이구나

나는 배가 쑥 꺼진 채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점점 투명하여 밝게 비추는 이 봄



저 세상이 가깝게 보이는구나



평생을 소리없이 지옥의 내장 하나를 만들고.

그것을 꺼내어보는 일

앞발로 굴려보며 공놀이처럼

무료하게 맑은 나이를 꺼내어보는 것

피 묻은 그것



내가 살던 집에서 나와보는 것



너무 밝구나 너무 밝구나 내가 지워지는구나

광복군가 '영웅추도'는 누구의 곡인가? 음악이야기

아래 유튜브 링크는 2005년에 나온 독립군가 다시 부르기 앨범입니다.


여기 수록된 곡 중 8분 48초에 영웅추도(by BMK)라는 곡이 있어요. 근데 댓글을 읽어보니 이런 게 있네요.

"영웅 추도라는 음악은 하이든 현악4중주 2악장이랑 비슷합니다."라는 의견에
"비슷하지만 독일 애국가바꾼버전이에요"라는 댓글이 달렸네요.

정확한 설명을 위해 등판하기로 했습니다.

정확히 정리하면 모두 하이든 곡이 맞습니다. 쭉 순서를 살펴보면 하이든이 1797년에 오스트리아 황제를 위해 이 곡의 멜로디를 사용했고 뒤이어 같은 해 이 멜로디를 차용해서 현악4중주 76번을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은 1922년부터 이 곡을 국가로 사용했지요.

영국에서는 이 멜로디에 1779년 쓰여진 "Glorious Things of Thee Are Spoken" 가사에 맞춰 찬송가로 불렀고

한국에는 1908년 출판된 「찬숑가」에 수록되었습니다.

이후 광복군가용으로 가사가 새로 나온 것이 맨 위 링크에 수록된 그 곡입니다. 꽤 길고 긴 경로를 거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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